임팩트그라운드

더 나은 환경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다 – 녹색연합

2025.06.16

기후가 달라졌다는 말이 이제는 계절 인사가 되었습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동물들,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 넘쳐나는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까지. 환경문제는 이제 모두가 공감하는 과제로, 우리의 일상과 깊이 연결된 현실입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참 넓고도 다양합니다. 겨울철 난방을 줄이고 내복을 입는 것, 백두대간의 훼손을 조사하는 것,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것, 대기오염과 관련해 소송을 거는 것, 사육곰을 구조하는 것, 그리고 침엽수 고사를 조사하는 것. 그 모든 영역에서 직접 나서 외치고 실천해 온 단체가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넓고도 긴 흐름 한가운데에서 오랫동안 한결같이 환경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고민해왔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온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환경을 왜 이야기해야 하는지 다시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환경의 달을 맞이해, 녹색연합 임성희 그린프로젝트 팀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34년간 누구보다 앞장서서 녹색을 외치는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환경단체입니다. 1991년 창립 이후 30년 넘게 생명존중, 생태순환사회, 비폭력 평화, 녹색자치라는 네 가지 강령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환경 이슈에 대응하며, 단순한 감시를 넘어 정책 제안과 시민 참여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임성희 팀장은 ‘녹색연합은 항상 환경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는 단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청주 동물원에서 호박 간식을 먹는 구출 사육곰 달이, 들이 (사진 출처=녹색연합)
청주 동물원에서 호박 간식을 먹는 구출 사육곰 달이, 들이 (사진 출처=녹색연합)

 

(임성희 팀장) 녹색연합은 4대 강령 하에 있는 모든 운동에 앞장서요. 그중에서 요즘 집중하고 있는 세 가지 분야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생물 다양성 확보, 자원 순환이에요. 생각보다 ‘녹색’의 영역이 넓어요. 기후위기 대응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석탄 발전소 조기 폐쇄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정책을 감시하고 제안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다양한 멸종 위기종을 보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자원 순환은 플라스틱 감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죠.

 

 

🌳 같은 곳을 바라보고 활동하는 사람들

녹색연합에는 늘 성실하고 치열하게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임성희 팀장님은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유리벽에 점 스티커를 붙여 야생조류를 구하는 새친구 캠페인
유리벽에 점 스티커를 붙여 야생조류를 구하는 새친구 캠페인

 

(임성희 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정말 오래전이지만 새만금 해상 시위가 떠올라요.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많은 새의 휴식처이자,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갯벌을 지키기 위해서 했던 일이죠. 당시 정부는 여의도의 100배에 달하는 새만금 갯벌을 막아 간척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저희를 포함한 여러 환경 단체는 강력하게 반대했어요. 마지막 방조제 공사가 이뤄지던 날, 물살이 거세 위험하다는 이유로 활동가들의 배 탑승이 제지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동료와 눈짓 하나로 마치 짠 듯이 배에 숨어 들어갔어요. 파도 때문에 결국 현장에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후회되지 않는 순간이에요.

 

 

🦥 임팩트그라운드를 통한 도전

 

녹색연합은 시민 참여의 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렇기에 전문가 중심의 연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반 시민이 환경 변화의 관찰자이자 기록자가 될 수 있도록 시민과학 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바다 생태계 변화와 해양 쓰레기 문제를 시민이 직접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시민참여형 해양감시 프로그램입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해양환경 보호정책 제안의 기반 자료로 활용되며, 현장 기반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민과학 활동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되고 지속 가능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팩트그라운드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재정적 지원은 물론, 독립적인 기획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보장받았기에, 녹색연합은 기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시민 참여 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비롯해 단체 내부에서 오랫동안 필요하다고 느껴왔지만, 실행 여력이 부족해 시도하지 못했던 세 가지 도전이 임팩트그라운드를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첫째는 녹색연합이 진심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의 법·제도 개선 연구, 둘째는 시민과 비전문가도 함께 참여하는 시민과학 활동의 확산, 마지막으로는 활동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녹색연합 내부의 조직력 확대였습니다.

 

 

(임성희 팀장) 일반적인 협력 사업은 제안서에 맞춘 기획이나 상호 간의 요구사항 조율이 필수이지만, 임팩트그라운드에서는 저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어요. 누군가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저희가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었죠. 간섭 없이 온전히 맡겨준 지원 덕분에, 사업 계획부터 실행, 보고서 작성까지 모든 과정이 저희의 언어와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었어요.

 

 

 

 

(임성희 팀장) 그중에서도 가장 큰 진전을 이룬 성과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선 작업이에요. 환경영향평가법은 도로나 공항, 댐,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사업이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조사하고 예측한 뒤, 환경 피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현재 제도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국토부와 산업부와 같이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부처와 기관이 직접 환경영향평가를 발주한다는 점이죠. 평가를 수행하는 용역 업체가 발주처의 입맛에 맞춘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형식적인 조사나 부실한 보고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 사업 부처가 비용은 부담하되, 평가 발주의 주체는 제3의 공정한 기관으로 변경하자는 개선안 논의를 하고 있어요. 또한 평가서 열람 시점을 늘리고 공개 대상을 확대하면서 시민들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도 강화하고자 해요. 현재 일부 의원실을 통해 이 법안이 발의되었으며, 추가적인 심사와 정책 제안이 예정되어 있어요. 꼭 새로운 법안이 확정되었으면 좋겠네요.

 

 

 

☁️ 녹색연합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배달 플랫폼에 다회용기 사용 도입을 촉구하는 캠페인
배달 플랫폼에 다회용기 사용 도입을 촉구하는 캠페인

 

(임성희 팀장)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는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말하면 ‘최소한 지금 겪고 있는 갈등은 해결된 미래’였으면 좋겠어요. 지금 갈등하는 문제들이 해결되어서, 앞으로는 더 나은 주제들로 논의하고, 더 진전된 방식으로 활동하고 싶거든요.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환경 정책만큼은 많이 뒤처져 있어요. 환경 관련 지표도 낮은 편이고요. 미래엔 오히려 ‘한국은 환경을 저렇게 지킨대’라고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앞으로는 같은 문제에 오랫동안 매달리기보다 좀 더 나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는 더 나은 운동을 할 권리가 있어요. 녹색연합은 아무리 사회가 진보해도 계속해서 생명과 평화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웃음)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 임성희 팀장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 임성희 팀장

 

녹색연합은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환경 이슈에 맞서며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그리고 임팩트그라운드를 통해서도 더 과감히 도전해왔습니다. 놀랍게도 녹색연합의 도전은 항상 조금씩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하나의 제안이 정책이 되고, 한 마리의 동물이 제도 변화로 이어지며, 한 번의 시위가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운동을 할 권리가 있다.”라는 마음처럼, 녹색연합은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문제 제기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도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녹색연합의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 녹색연합 이야기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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