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픔가치는 지역 주민의 삶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마을약사’를 중심으로 돌봄 공동체를 실현해 나가는 조직입니다. 단순히 약을 조제하고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 있는 다양한 복지 자원과 연결해서 주민들의 건강을 전체적으로 돌보려 노력합니다.
박상원 펠로우는 2012년 관악구에 위치한 ‘늘픔약국’에서 출발해, 2022년 ‘늘픔가치’를 설립하며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지역 내 다양한 자원과 연결되는 돌봄의 연결자가 된 약사. 2023년, 시즌4 브라이언 펠로우로 선정된 박상원 펠로우를 다시 만나봤습니다.
브라이언 펠로우로 선정된 지도 벌써 1년 반이 되었네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저에게도 그리고 조직에게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특히 그 사이에 저희의 활동이 많은 곳에서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인정을 받고, 함께하는 새로운 파트너들도 많이 생겼답니다. 덕분에 예전에는 공모가 열리면 지원서를 쓰고나서 선정되면 움직이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훨씬 주도적으로 2025년 계획을 꼼꼼히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어요.
브라이언 펠로우가 된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해요. 시드머니를 지원받는 기간은 정해져 있지만, 펠로우로 선정된 건 영원하잖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무게감도 느끼면서, 이 영향력을 더 잘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브라이언 펠로우가 되고 나서 늘픔가치 법인도 후원을 차곡차곡 받기 시작했어요. 이런 점에서도 사업을 늘리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죠. 처음 펠로우가 될 때는 늘픔약국 안에서의 활동, 늘픔가치에서의 활동이 거의 반반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늘픔가치 활동의 비중이 거의 90% 정도로 매우 커졌어요. 그렇게 비영리 스타트업의 활동이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얼마전에는 한국서부발전에서 주최하는 ‘제6회 체인지메이커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을 수 있었죠. 제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점점 더 뿌듯해요.
요즘 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세 가지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저희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찾아가는 복약상담소’이고, 그 외에는 저희 늘픔가치의 신규 입사자들 생각,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모금과 후원 생각이 빠질 수 없죠.
현재 늘픔가치는 ‘마을약사 양성’, ‘찾아가는 복약상담소’, ‘폐의약품 캠페인’ 이렇게 세 가지 큰 축으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그 중에서도 찾아가는 복약상담소는 병원 밖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직접 찾아가서, 복약 상담을 진행하는 사업이에요. 단순히 약 설명에 그치지 않고 주거 환경이나 생활습관 등 건강에 미치는 요소들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복약상담을 주로 진행했다면, 지금은 거동이 가능한 분들에 한해서는 복지관이라는 중간지대에서 만나 복약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는 관악구 내 네 곳의 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운영 중이고, 약사도 20명 넘게 참여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집에 방문만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을 만나 뵐 수 있게 되었죠. 작년에 진행한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고령자일수록 2회 연속 상담이 효과적이라는 데이터를 찾아내서, 매달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죠.
찾아가는 복약상담소가 약국 상담과 가장 다른 점은, 약국에선 오늘 처방 받은 약에 대한 정보만 줄 수 있지만 찾아가는 복약상담소에서는 복용 중인 모든 약을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사실 지역에서 주민들이 어려움에 빠진 건 각각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들을 같이 먹어도 되는지, 시간 차를 두어야 하는지, 안 아프면 그만 먹어도 되는 지와 같은 문제들이거든요. 그리고 통합적인 건강에 대한 검토를 하다보니 다른 복지 차원에서의 어려움도 청취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역사회의 다른 복지 자원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상담 중에 약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결국은 집이 너무 오르막길 꼭대기에 있어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된 분이 계셨어요. 이런 것을 발견해서 관악구 주거복지센터와 후속 상담할 수 있게 연계했죠. 이를 통해 SH임대주택 중 평지대에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건강이 개선되었던 사례도 있었어요. 이런 해결 과정이 약사들에게도 굉장히 큰 효능감을 주기 때문에, 요즘 이 사업에 열중하고 있어요.
네, 원래는 저와 사무국장 두 명이서 늘픔가치 사업을 진행했는데, 1월부터 사업 매니저 두 분을 새로 채용해 이제 4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늘픔가치의 주요 사업을 하나씩 맡아가면서 그 사업에 대한 노하우나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기본 틀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신규 입사자가 생겨서 가장 좋은 점은, 이 사업에 저만큼이나 애정을 가지고 집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점인 것 같아요.
마을약사는 약국 약사와 대비되는 역할로서 용어를 만든 거예요. 약국 밖으로 나서서 지역사회를 누빌 수 있는 직능으로서 약사를 보완한 거죠. 기존 약사를 양성하기 위한 커리큘럼은 대학 안에 있지만, 통합 돌봄에서의 약사의 역할을 가르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주민들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을약사를 양성하는 마을약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활동 중인 약사들, 그리고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약사의 역할을 소개하는 과정 중에 있어요. 마을약사는 다양한 돌봄 종사자들의 허브 역할을 하게 돼요. 복지사분들과 협업하고, 직접 주민분들과 이야기하며 조금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하는 거죠.
‘마을약사 1,000명 양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요. 단순히 수를 늘리는게 아니라, 제도 안에서 지속 가능한 돌봄 모델로 정착하게 하고 싶거든요.
서울로 치면, 구 단위마다 마을 약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해당 지역구에서의 통합 돌봄에 굉장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관악구를 시작으로 이 마을약사가 어떻게 다른 기관과 직업군과 소통하는지 모델화해서, 전국에 이런 사람들을 한 명씩 전파하는게 목표랍니다.
늘픔가치는 이제 약국을 넘어 지역을 돌보고 있습니다. 박상원 펠로우는 브라이언 펠로우로 선정된 이후, 더 많은 실험과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약사의 역할을 재정의하면서, 지역 주민의 삶에 건강 돌봄이 정착되는 사회로 조금씩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마을약사와 함께,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될 늘픔가치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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