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막힘없이 이동하는 세상을 꿈꾸는 ‘계단뿌셔클럽’
박수빈, 이대호(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인터뷰
약속 장소를 공유할 때나 주변의 맛집을 찾을 때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게 되는 것이 지도앱입니다. 언젠가 부터 지도앱 없이는 식당도 찾기 어려운 만큼 우리는 지도앱이 제공해주는 여러 가지 정보와 경로 정보에 의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편리해 보이는 지도앱이지만, 어느날 유아차 한 대를 끌고 이동할 일이 생긴다면, 편리했던 지도앱애 갑자기 배신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평상시에는 그 자리에 있었던 줄도 몰랐던 계단이 떡하니 나타나면 그제서야 ‘아니 왜 이런 정보는 안 알려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 목발을 짚은 사람, 유아차를 사용하는 사람, 시니어 시민 등의 이동 약자 그리고 이들과 함께 동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세한 ‘계단정보’가 필요합니다. 계단뿌셔클럽은 계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는 계단정보지도를 서비스하며, 일상에 숨어있는 이동의 장벽을 부수고 있는 팀입니다.
“문제는 명확했어요. 답답하면 내가 뛴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박수빈 공동대표)
계단뿌셔클럽의 박수빈, 이대호 공동대표는 전 직장에서 동료로 만났습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PM(프로덕트 매니저)과 사업 개발의 역할로 만났던지라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왔습니다. 또한. 휠체어 사용자이기도 한 박수빈 공동대표와 한 팀으로 점심 시간에 맛집을 찾아 이동하는 등 일상적 활동을 함께 하게 되다보니, 휠체어를 사용하면 이동권이 제한된다는 문제를 많이 체감하게 되었고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해졌다고 합니다.
“사실 당사자이고 또 제가 PM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문제는 명확하게 보였어요. 하지만 이 문제를 풀려고 하는 기존 시도들이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결국 우리가 하면 제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박수빈 공동대표)
계단정보지도는 계단정보를 사람들이 직접 등록하고 조회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서비스입니다. 계단정보란, 특정 장소의 입구에 계단이나 경사로가 있는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의미합니다.
접근성이 ‘좋다’, ‘나쁘다’ 등의 주관적인 결론, 판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5칸의 계단이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고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계단뿌셔클럽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앱인 계단정복지도를 통해 누구나 구석구석 숨어있는 계단에 대한 정보를 등록할 수 있고, 계단정보다 필요한 사람들은 이 정보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계단뿌셔클럽에서는 이러한 계단정보를 효과적으로 모으기 위한 커뮤니티 클럽 활동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산책하며 계단 정보도 모으는 1석 2조의 활동입니다.
IT업계에서의 경력을 보유한 두 대표는 계단정보 문제는 단순하게 공공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IT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가 공공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공공 영역에서 IT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면 일반적으로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외주 업체가 선정되게 되고 향후에도 서비스를 열심히 운영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IT 서비스는 네트워크 효과가 깔려 있기 대문에, 1등이나 2등 아니면 잘 쓰지 않게 되기도 하고요. IT 분야에서 경력이 있던 사람들이 뛰쳐 나와서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만들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요?” (이대호 공동대표)
두 대표는 그들의 말처럼 IT기업의 DNA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전업으로 몰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개발, 디자인 작업을 하는 등 IT 업계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서도 프로젝트를 계속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사이드임팩트는 전문가 심사를 통해 수상팀을 결정하는 평범한 공모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참여가 승인된 팀은 사이드임팩트 커뮤니티 멤버가 되어, 서로의 프로젝트를 리뷰하고 피드백도 주고 받으며, 최종 프로젝트 선발을 위한 투표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즉,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의 구성원 전체가 투표권을 획득하여 참여자이자 심사 위원이 되는 것이죠.
“사이드임팩트 커뮤니티는 서바이벌 오디션 같은 느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습생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때에는 제가 심사위원이 된 것 같았어요.” (이대호 공동대표)
계단뿌셔클럽의 이대호 공동대표는 사이드임팩트 커뮤니티가 운영되는 방식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에서의 ‘피어 상호작용(peer interaction)’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러 명의 연구자들이 피어 리뷰를 하는 논문 심사의 과정과도 닮은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다른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리뷰한다는 게 크게 낯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묘한 긴장감은 있었습니다. 다른 팀의 프로젝트를 꼼꼼하게 살펴보다보니,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팀에게 칭찬의 말도 많이 남겨주고 싶고 격려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 한 편, 모두가 선발의 과정에 있는데 칭찬을 해도 될까? 싶은 고민도 아주 잠시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에 솔직하게 리뷰를 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래야 우리 서비스도 알릴 수 있으니까요.” (이대호 공동대표)
짧은 고민이 스쳤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고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리뷰도 하고 댓글도 달았습니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다른 프로덕트를 보며 배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 계단정복지도가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며 배운 점도 컸다고 합니다. 이대호 공동대표는 이 묘한 긴장감이 사이드임팩트 커뮤니티를 ‘온라인 축제’처럼 느껴지게 만든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직 한 번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서로 피드백을 남겨주고, 누군가는 상을 타고, 투자 유치를 받아 더 큰 기업이 되는 등의 연결의 과정이 두터워지면 진짜 온라인 축제가 될거라고요.
계단뿌셔클럽은 문제 해결에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큰 돈 벌기’만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은 관심 없지만, ’10억 정도’를 벌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기술로 해결한다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수빈 대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다정하고 뾰족하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술을 쓰고 있어요. 기후에 대한 문제라면,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일상에서 작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로 많이 이야기 하고 있으니 모두가 어느 정도 체화해서 하고 있잖아요. 텀블러를 쓴다던지, 쓰레기를 줄인다던지 등등이요. 반면 이동권이라 하면 너무 큰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저희는 이 문제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단위로 작게 쪼개고,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이 휘발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박수빈 공동대표)
바위산 같은 문제는 우리가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지만, 벽돌 하나 정도는 깰 수 있을 것 같지 않냐며, 이렇게 누군가에게 거대해 보이는 사회문제를 ‘깰 수 있을 것 같은 벽돌’로 만드는 일에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이드임팩트가 날개를 달아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