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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수
넷스파 주식회사 대표이사

폐어망으로 이루어내는 선순환

모두가 날마다 악화되기만 하는 환경 문제를 우려합니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비닐 봉투가 아닌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으며 작은 실천을 이어가기도 하지요. ‘넷스파’ 정택수 대표는 보다 크고 직접적인 실천을 위해 폐어망에서 재생 나일론을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폐어망을 재활용하며 해양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에 재생 나일론을 제공하며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을 돕습니다. 먼저 간 발자국이 없어 고군분투했지만 마침내 길을 찾았습니다. 이제 그는, 우리 바다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를 꿈꿉니다.

넷스파 주식회사(이하 ‘넷스파’)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넷스파는 폐어망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입니다. 어업에서 나온 폐어망은 지금까지 소각장이나 매립장에 버렸는데, 저희는 폐어망을 수거해서 재생 나일론을 추출해 여러 기업에 공급하고 있어요. 재생 나일론은 의류에 사용되는 섬유나 자동차 기초 부품으로 사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으로 쓰이고 있죠.

순환자원 사업을 시작한 계기와 사업 아이템으로 폐어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직장 생활을 하다가 회사 안에서 진행되는 업무를 벗어나 좀 더 큰 바운더리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그 당시 친환경이나 재생 소재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던 때라, 섬유 연구 기관에서 일하던 친구와 함께 친환경 의류 브랜드를 창업했는데요. 상품을 만들면서 의류 제작에 쓰이는 친환경 소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페트병에서 나오는 재활용 실 같은 소재가 대부분이었죠. 제품군을 늘리고 싶어도 소재에서 오는 다양성이 부족하니 자꾸 길이 막혔어요. 나일론도 섬유에 많이 쓰이는 소재 중 하나인데 친환경 나일론을 구할 수가 없었고요. 그 이유를 알아보니 공장에서 발생한 스크랩이나 3D 폐기물만 재활용되고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버린 폐기물은 전혀 재활용되지 않더라고요.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물건을 찾다가 폐어망을 발견했어요. 폐어망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폐기물이기 때문에 나일론을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다면 해양 환경 문제도 해결하면서 사업도 풀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죠.

현재 폐어망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정부에서는 매년 4만 톤 이상의 폐어망이 나온다고 발표해요. 저희가 현장 조사한 바로도 그 정도 양은 충분히 나오는 것을 확인했고요. 하지만 그건 육지로 올라온 폐어망에만 해당되는 양이고 바다에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아요. 어민분들이 이야기하시기로 거의 절반은 바다에 버리고 온다고 하니 그것까지 더하면 매년 10만 톤가량이 버려진다고 추정할 수 있죠. 직접 눈으로 확인한 광경도 심각했어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폐어망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했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돌아다녔는데, 부두나 어항에 어망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로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어요. ‘해양 오염’ 하면 쉽게 떠올리는 게 바닷가에 빈 페트병이나 비닐봉지가 굴러다니는 모습인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좀 더 안쪽에 있는 거죠.

폐어망이 재활용하기 까다로운 소재여서 방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요.

맞아요. 간단한 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폐어망은 나일론,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이 섬유 형태로 결합되어 만들어지는데요. 재활용하려면 이 소재들을 모두 분리해야 해요.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어서 저희가 몸으로 부딪치면서 하나씩 알아가야 했어요. 처음에는 수작업으로 일일이 잘라보기도 했는데, 사람이 작업하기에는 양도, 시간도, 비용도 너무나 비효율적이어서 꼭 자동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어요. 페트병은 재활용한 지가 꽤 오래돼서 분리 기술도 굉장히 고도화되어 있어요. 이런 기존 기술을 적용해 보려고도 했지만, 페트병에서 페트만 분리해 내는 기술에 어망을 접목하려고 하니, 소재도 다르고 페트와 전혀 다른 섬유 형태라 제대로 적용할 수가 없었어요. 이후에 계속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실패하고 문제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했죠.

말씀만 들어도 지난한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재생 나일론 추출 기술을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거한 어망이 얽히고설킨 상태로 들어오면, 물리적으로 결합된 소재를 분리하기 위해 섬유를 끊어요. 듬성듬성 자르면 연결된 부분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5mm로 촘촘하게 분쇄해요. 그리고 나일론과 PP, PE의 특성 차이를 이용해 나일론을 추출해 내는 거죠. 순도는 거의 99%에 달해요. 추출 기술이 최종적으로 완성된 건 작년 11월인데요. 성공하기까지 많은 실패의 과정이 있었어요. 2021년에 처음 펀딩을 받고, 1년 반 정도 걸려서 설비를 세팅했어요. 첫 시운전을 했는데 순도가 80%도 안 나오더라고요. 모든 구성원들과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고 이게 왜 안 되는지, 이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세팅을 조금씩 여러 번 바꾸면서 계속 시도해 보는데도 거듭 실패해서 결국 설비를 모두 갈아엎었어요. 그리고 2023년에 다시 시운전을 했는데 또 실패였어요. 그땐 정말 포기해야 하나 싶었죠. 그러다 마지막이라는 결심으로 시도한 게 드디어 성공한 거고요. 설비, 공정을 세팅하고 가동하는데 너무나 수월하게 고순도의 나일론이 추출됐어요. 모두가 염원하던 결과여서 그 순간 정말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직접 어망을 수거하기 때문에 어민들 의견도 중요할 텐데요. 넷스파 활동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과 어민들 반응이 궁금해요.

먼저 수거 과정부터 말씀드릴게요. 어민들이 사용한 어망은 원래 바다에 두고 오는 게 아니라 육지로 가져와 버려야 해요. 그럼 각 지자체에서 폐기물 처리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를 맡기죠. 하지만 폐어망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업체에서도 결국 소각장으로 보내버리는데요. 거기서 또 비용이 발생하니 수거비가 계속해서 높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방치되는 폐어망이 늘어갔던 거고요. 저희 취지를 말씀드리고 어망을 육지에 버려달라고 했을 때, 지역마다 어민들 반응이 달랐어요. 어항 규모나 특성에 따라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예를 들어 제주도의 한림항은 대부분 남해와 제주도 사이에서 어획을 하는 배들이 자주 입출항하는 항구예요. 한림 직판장에서 생선을 판매하기 때문에, 항구에 들르기만 하는 배들이 많아서 어망 등 쓰레기를 무작정 버리는 경우가 많고요. 쓰레기장이 늘 꽉 차서 제주도에서도 처리하는 데 곤란을 겪고, 지역 어민분들도 ‘그냥 바다에 버리고 오지 이걸 왜 여기까지 와서 버리느냐.’고 불평하시죠. 반대로, 울산에 1년 365일 가자미 조업을 하는 어항은 협회에서도 투자를 많이 하고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잘해주니까 저희 활동이 긍정적인 결과를 낼 거라는 인식을 갖고 계세요. 앞으로 쓰레기를 더 잘 선별해서 버리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등 본인들 생업을 지키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고요.

우리는 부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폐어망을 저렴한 비용으로, 혹은 무상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줄여주는 비용만큼
어망 문제에 더 투자하시는 게 어떨까요?

어민들의 협조를 얻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어민 한 분, 한 분을 잡고 ‘어망을 버리지 말고 가져와 주세요.’ 말씀드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강제성이 필요하고, 폐어망을 육지로 가지고 오게끔 유도하는 정책적인 배경이나 행정적인 지원이 따라와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판단해서 각 지자체, 수협 등 기관에 접촉해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폐어망을 처리하려면 지자체가 처리 업체에 비용을 지불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제안을 했어요. “우리는 부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폐어망을 저렴한 비용으로, 혹은 무상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줄여주는 비용만큼 어망 문제에 더 투자하시는 게 어떨까요?”라고요. 실제로 다대항은 남는 비용으로 어망 수거하시는 분들도 채용하고, 관련 업무에 더 투자했어요. 넷스파와 지자체, 지역민이 협업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갔죠.

넷스파는 재생 나일론이 필요한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죠. 서로 어떤 도움을 주고받나요?

넷스파와 협력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저희가 생산한 재생 나일론을 기초 소재로 사용하고 있어요. 재생 나일론은 섬유나 자동차의 기초 부품의 원재료가 돼요. 넷스파는 기업의 ESG 경영에 도움을 주고, 기업은 넷스파의 사업 확장에 도움을 주죠. 기업들이 저희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데요. 자동차가 작동하려면 기름이 필요하고, 기름은 석유에서 나오잖아요. 폐어망과 친환경 소재 제품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석유를 정해진 양만큼 캐지 못하면 기름을 제때 공급할 수 없듯이, 폐어망 수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업들도 원재료를 받지 못하게 되니까요. 원재료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된다는 건 양쪽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고, 이를 위해 기업에서도 수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거죠.

폐어망이 무한정으로 생산되는 게 아닐 텐데,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나요?

어업은 호황도 없고 불황도 없는 업종이에요. 우리가 물고기를 더 많이 잡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반대도 마찬가지죠. 그렇기 때문에 어업 발생량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경우는 없을 거라고 봐요. 어망 역시 일정량이 꾸준히 발생하고요. 어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에 존재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는 어망의 양을 감안했을 때 원물이 없어서 비즈니스를 못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넷스파는 소재 산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확장해야 계속해서 커지는 구조인데, 그러기 위해서 언젠가는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나아가서 수거량을 늘리려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어항의 모습이에요.
버려진 어망은 바로 재활용하니까 재활용률도 높아졌고요. 개인적인 보람은 지역민들 또는 지자체에 소속되신 분들의 인식이 개선될 때 느껴요.

넷스파 활동으로 이루어진 사회 변화와 개인적인 보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어항의 모습이에요. 우리나라 재활용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고 인식도 좋은 편이에요. 우리 대부분이 집 앞 분리수거장 원칙을 잘 따라서 버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거기서 착안해 지자체에 아이디어를 냈어요. 어항의 집하장에는 어망뿐 아니라 온갖 쓰레기가 뒤엉켜 늘 지저분한데, 어차피 재활용해야 한다면 버릴 때부터 제대로 버리는 게 좋잖아요. 그래서 재활용이 가능한 어망부터 분리하기 위해 어망만 버리는 집하장을 따로 만들었어요. 어민분들에게 투명 마대를 나눠드리고, 어망을 담아 적재해 두시면 저희가 수거해 갔죠. 덕분에 미관상 깨끗해지는 건 물론이고, 악취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됐어요. 버려진 어망은 바로 재활용하니까 재활용률도 높아졌고요. 개인적인 보람은 지역민들 또는 지자체에 소속되신 분들의 인식이 개선될 때 느껴요. 처음 제가 다대항 어민 협동조합 분들을 다 모셔놓고 넷스파 활동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그걸 우리가 왜 하냐, 너네 좋자고 하는 일을 우리가 왜 도와주냐?”라는 불만이 많으셨거든요. 그런데 막상 활동을 진행하고 나서는 “여태까지 이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감이 안 왔는데 정말 깔끔해지고 좋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어민협회 분들이 직접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주실 때 많이 보람차죠.

브라이언 펠로우로 선정되신 소감도 남다르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제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인지, 임팩트가 얼마나 창출되는지에 대해서 깊게 대화하고, 공감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좋은 일 하십니다.’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어도 보통 비즈니스 안에서만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더 깊게 들어가기는 어려워요. 분명 저희를 아니꼽게 보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다 돈 벌려고 하는 일을 포장한다고 욕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이번 브라이언 펠로우 담당자분들은 저희가 걸어온 여정을 심각하게 들여다봐 주시고, 절실하게 공감해 주셨어요. 마음 한편에 지지대가 생긴 것 같아요. 정말 든든합니다.

소셜벤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되죠. 특히 넷스파의 활동은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선순환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저희도 지금 당장 엄청난 수익을 내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이 사업을 키워나가면 수익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구축한 거죠. 물론 그 사실이 동기부여도 되지만, 지금은 여느 소셜벤처와 다를 게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펀드 등을 통해 투자를 받아서 활동하는 거고요.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시간과 돈이 수반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돼요. 작년 11월에야 기술 개발이 완료되었으니 지금은 저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지금부터 얼마나 더 잘해야 될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신중하게 고민하는 단계예요.

넷스파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폐어망 수거를 전국으로 확장하기 위해 베이스를 탄탄하게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하고요. 좀 더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어망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어망을 수거해 해양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기술혁신
자원순환
해양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