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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주식회사 리필리 대표

종이팩으로 쌓아가는 리필 라이프

주식회사 ‘리필리’ 대표 김재원 펠로우는 모든 생활용품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는 걸 체감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체재를 찾아 나가던 중, 종이팩이라는 해답을 길어 올렸습니다. 더욱 안전한 종이팩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리필리는 국내에 미비한 종이팩 생산 설비까지 직접 만들며 자연과 사람을 향한 마음을 켜켜이 쌓아 나갑니다. 리필리가 성실하게 만들어 가는 리필 라이프, 그 단단하고 안전한 세계를 살펴봅니다.

주식회사 리필리(이하 ‘리필리’) 소개로 대화를 열어볼까요?

안녕하세요, 리필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김재원입니다. 리필리는 우유, 두유 등 식음료에만 사용되던 종이팩을 활용하여 패키징 솔루션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더 가치 있는 리필 라이프를 위해 고민하면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요. 1년간 한 사람이 버리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88kg에 달하는 지금도 샴푸, 바디워시, 세제, 화장품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 대부분이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재에 담겨 판매되고 있어요.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하면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포장재로 종이팩을 떠올리며 창업하게 됐어요.

환경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업으로 확장하기까지 여러 고민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리필리를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그간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했어요. 그때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아 성찰도 해보면서 환경이란 키워드를 떠올리게 됐죠. 대학 시절 금융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기업이란 수익 구조와 더불어 사회와 환경에 책임져야 한다는 걸 실감하고는 탄소 배출 컨설팅 회사에 다닌 적이 있어요. 환경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자폐성 유아 스펙트럼, 치매, 난임, 불임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고,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지만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리필리를 시작했어요.

종이팩이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실질적으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요.

종이팩 구성 재료에서 천연 펄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사실 100% 친환경적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려워요. 리필리에서 사용하는 멸균팩에도 천연 펄프에 알루미늄 포일과 PE 코팅이 돼 있거든요. 그럼에도 종이팩 소재로 천연펄프가 82% 이상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화장지나 페이퍼 타올로 재활용될 수 있어요. 용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 온실가스 배출량, 화석연료 사용량, 담수 부영양화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도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종이팩이 환경적으로 훨씬 유리하죠. 종이팩은 물과 유해균, 빛 차단성이 좋아 내용물을 안전하게 담을 수 있고 플라스틱 용기보다 탄소배출량은 70% 저감할 수 있어요. 수치적인 면에서 훨씬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제품이 종이팩으로 대체된다면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여러 기업에서 시도했지만 종이팩이 상용화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죠. 원료를 담았을 때 1~2주 안에 새거나 터지는 문제가 대표적인데요. 개발에 계속 도전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종이팩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종이팩에 담긴 생활용품을 좋아하실까 궁금한 마음에 웹사이트를 만든 적이 있어요.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이윤 창출이 중요했기에 시장 반응을 먼저 검증하고자 한 거죠. 주방 세제와 세탁 세제가 담긴 종이팩 이미지와 도면을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한 달 만에 2,300건의 주문량을 보면서 소비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분야라는 걸 확인했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고요. 박람회에 종이팩 제품을 가지고 나갔을 때도 패키지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종이팩은 우유가 담긴 용기로 인식되다 보니 다른 제품이 담겨 있어도 ‘신선하다’, ‘깨끗할 것 같다’ 등의 이미지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됐죠.

종이팩 설비 구축이 쉽지 않아서 직접 파일럿 기계를 만드셨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워요. 스타트업으로서 쉽지 않은 시도였을 텐데요.

우리나라에는 종이팩 생산 설비를 만드는 공장이 없기 때문에 국내 우유 회사들도 수입해서 사용하는데요. 굉장히 고가여서 들여오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요. 스타트업은 시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그래서 직접 기계를 만들어 보자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우선 주요 소재가 종이이기 때문에 아주 예민하게 다루어야 해요. 종이팩은 열이 조금만 과하게 가해지거나 접합 강도가 세지면 타기 쉬워요. 강도를 약하게 하면 99%만 접합되어 남은 1% 때문에 새는 일이 발생하죠. 안정적으로 종이팩을 제작할 수 있는 값을 찾기 위해 세밀하게 접근하는 게 특히 어려웠어요. 여러 방식으로 테스트해 보다가 초음파로 접합을 시도하면서 마침내 안정적인 값을 도출해 낼 수 있었고요. 국내외 처음으로 시도한 기술이었죠. 5,000여 번에 달하는 테스트를 거치며 첫걸음을 뗐어요. 초음파 접합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 열 접합에 비해 생산 속도가 20% 정도 향상되고, 전력 사용 비용도 7배가량 낮출 수 있어요. 단가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죠.

난관도 있었을 텐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요?

종이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까지 이르렀지만 여러 원료를 담아보며 테스트하면 새거나 터지는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종이팩으로 만들지 않는 이유가 다 있구나 싶어서 포기할까 싶던 적도 있는데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생각하면 쉽게 놓지 못하겠더라고요. 여러 테스트를 거쳐 레이어별로 함유량이 고정돼 있는 일반 멸균팩과 비율을 조금 다르게 적용해 보면서 안전하고 단단하게, 좀 더 오랫동안 보완할 수 있는 용기로 발전시켰어요.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절차를 밟아 가면서 리필리만의 종이팩을 구성해 상용화에 이르게 된 거죠.

종이팩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게 되면서 B2B 문의도 들어오기 시작했죠. 남다른 성취감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리필리가 자체 브랜드로 주방 세제와 세탁 세제를 론칭했을 때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여러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B2B 제안이 오기 시작했어요. B2B 사업 모델로 확장해 가면서 유한킴벌리와 종이팩 핸드워시를 출시했고, 오뚜기의 친환경 리빙 브랜드 오뛰르(Otture)와도 협업을 시작했죠. 종이팩으로 협업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 컸어요. 큰 기업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됐고, 우리나라 종이팩 시장이 확대될 거라는 희망도 생겼죠.

리필리는 구로구에 아파트형 공장을 마련하고 종이팩을 제조하고 있죠. 공장에서는 어떤 작업이 진행되나요?

공장에서는 충전과 패키징 작업을 해요. 제조사에서 공장으로 원료를 보내주시면 종이팩 안에 내용물을 충전하고 실링까지 해서 완제품을 고객사에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어떤 원료를 담느냐에 따라 종이팩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B2B 제안이 오면 우선 고객사의 원료가 종이팩에 안전하게 담길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거쳐요. 드롭 테스트, 누액 테스트가 대표적이죠. 자체적으로 기준표를 만들어서 점검하고, 기준점을 통과하면 고객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요.

적극적인 소비자들은 종이팩을 모아 제로 웨이스트 숍이나 리필스테이션 등에 직접 가져가신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원 순환에 동참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B2B 비즈니스를 통해 조금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게 되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고객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친환경 소재이기 때문에 의미 있다는 피드백이 많다고 들었어요. 지금 국내엔 종이와 종이팩을 구분 지어 분리배출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지 않은데, 적극적인 소비자들은 종이팩을 모아 제로 웨이스트 숍이나 리필스테이션 등에 직접 가져가신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원 순환에 동참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종이팩 소재 연구 개발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하셨어요. 또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지 궁금해요.

종이팩에 더 다양한 제품을 담기 위해 안정화할 수 있는 소재를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어요. 우선 PE 코팅으로 진행되는 부분을 바꾸기 위해 시도 중인데요. 키틴이란 소재를 활용해서 소수성 코팅을 새롭게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예요. 키틴은 게 껍데기 등에 많이 함유된 소재인데, 주로 폐기물로 처리되는 껍데기에서 자원을 추출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생산과 순환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에요. 또한 분리배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종이팩은 일반팩과 멸균팩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요. 안쪽에 알루미늄 포일 처리가 되어 있는 멸균팩은 재활용 프로세스가 일반팩하고 달라요. 혼합해서 배출하면 재활용이 어렵다고 재활용 업체에서도 줄곧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혼합 배출해도 재활용될 수 있게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어요. 알루미늄 포일 소재를 대체할 다른 재료를 개발하는 방식으로요.

꾸준한 고민을 통해 소셜벤처혁신경연대회 스타트업 부분 대상과 국회표창장 등 공신력 있는 수상도 하게 됐어요. 나아가 브라이언 펠로우로 선정되셨는데, 이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나요?

리필리는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어서 크고 작은 반응이 올 때마다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에요. 책임감이 생기면서 더 진정성 있게 사업을 이끌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리필리는 종이팩을 기반으로 여러 기업, 기관과 협업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 최근에는 먼저 협업을 제안해 주시는 기관이 많아져서 더 넓은 방면으로 기회가 생기고 있어요. 펠로우 선정 소식을 접했을 때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져서 무척 기뻤죠.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길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기도 했고요. 브라이언 펠로우로 선정되었으니 앞으로는 리필리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를 조금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종이팩 제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재활용 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한발 앞서 다가갈 수 있겠죠. 또한 함께 선정된 펠로우들, 앞서 선정된 선배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리필 라이프를 더욱 탄탄하게 제안해 나가고 싶어요.

앞으로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도 궁금해요.

리필리가 B2B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되면서 자체 제품 생산은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를 했을 때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나중에라도 다시 만들어 달라, 이런 제품을 생산해 줘서 감사하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었는데요. 내년에는 자체 브랜드로서 다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예정이에요. 현재는 주방 세제로 제품화를 진행 중이고, 세탁 세제, 샴푸, 린스 등 생활용품 위주로 리필 용기를 종이팩으로 기획하면서 새로운 행보를 준비 중이죠. 이전에는 특별히 홍보에 집중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는 홍보와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임해볼 생각이에요. 또한, 프로젝트성으로 우리나라 지역 특산물 패키징 작업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보통 많은 농산물이 비닐이나 투명 플라스틱에 담겨 있는데, 햇빛이나 전등에 노출되면 미세 플라스틱 발생 속도가 훨씬 빨라지거든요. 미세 플라스틱에 경각심을 갖고 패키징을 보완하고자 종이팩에 지역 특산물을 담아 농산물과 종이팩을 두루 알리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죠.

환경 문제와 패키징은 전 세계에 적용되는 공통 사항인 만큼 리필리 플랫폼을 국내외에 론칭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리필리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데요. 마지막으로 리필리의 최종 목표에 관해 들려주실래요?

회사 이름이 리필리인 만큼 앞으로도 전체적인 리필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거예요. 종이팩으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다양한 소재를 연구하고 또 다른 방식을 고민해서 더 나은 패키징을 개발해 보고 싶어요. 리필리의 최종 목표는 온·오프라인에 리필제품에 대한 패키징 플랫폼을 만드는 거예요. 환경 문제와 패키징이란 전 세계에 적용되는 공통 사항인 만큼 리필리 플랫폼을 국내외에 론칭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이처럼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건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능한 팀원들과 함께하는 덕분이에요. 아직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좋은 조건을 포기하고 리필리에 기꺼이 합류해 준 팀원들과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리필리의 행보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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