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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소셜부스 대표·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청년의 목소리로 변화하는 시민사회

청년 프리랜서 활동가 이한솔 펠로우는 주거, 노동, 청년 시민사회 분야에서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변화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최초의 공익활동가 맞춤형 커리어 플랫폼 ‘소셜부스’,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관련 정책을 확장하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한국사회주택협회’, 방송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 힘쓰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비영리 단체의 대표 및 이사장직을 겸임하며 시민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면서요.

지금 인터뷰 중인 카페 ‘계절의 목소리’가 특별한 공간이라고 들었어요.

커피는 입에 맞으시나요(웃음)? 지난 9월 오픈한 카페 ‘계절의 목소리’가 자리한 이 건물은 사회주택이에요.
위층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달팽이집’이 있죠. 활동가분들과 함께 시민사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마련해 보고자 계절의 목소리 문을 열게 되었어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가에 위치해, 대학생분들과의 접점을 만들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도 품고 있어요.

아지트라니, 든든한 느낌이 들어요. 계절의 목소리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시민사회의 여러 목소리들을 계절마다 바꿔가며 담는 공간이에요. 현재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기리고자 관련 전시를 열고 있어요. 추모 주간 동안 북토크와 관련 다큐멘터리 공동 상영 행사도 진행하고요. 특별한 전시나 행사가 아니더라도, 청년 단체 워크숍, 교육, 대관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활용되는 아지트라고 할 수 있지요.

한솔 님은 청년 프리랜서 활동가로서 주거, 노동, 청년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세요. 대학 재학 당시 우연히 ‘민달팽이유니온’ 포스터를 접하며 활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요.

대학생 땐 힙합에 빠져서 힙합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언젠가 대학가요제에 나갈 날을 꿈꾸면서요(웃음). 동시에 서울에서 처음 자취하며 집 문제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민달팽이유니온 포스터를 발견했어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뭉치는 모임에 공감이 되어 관심이 가더라고요. 민달팽이유니온의 창립 멤버로서 활동에 전념하며 힙합은 서서히 놓아주게 되었죠. 민달팽이유니온에서는 청년주거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청년전세임대주택 정책을 개발하는 활동을 했어요.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던 민달팽이유니온은 시민 단체로 성장했고,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해 설계부터 공급까지 청년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공유형 사회주택인 달팽이집을 실현했죠. 저는 2019년부터 2년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이사장을 역임하며 임기 중 약 130세대에 달하는 7채의 달팽이집을 신규 공급했어요. 민달팽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는 한국사회주택협회의 이사장직을 맡아, 주거의 공공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및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거든요. 주거 문제를 공익적인 방향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법률 제도부터 시작해 아직도 변해야 할 점이 많아요. 저는 그 많은 과제 중 사회주택이라는 해결 방안에 집중하고 있는 거죠.

힙합 무대를 꿈꾸던 학생이 포스터 발견을 계기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거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니 흥미롭네요. 특히 주거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처음 시작한 활동이기도 하고,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신규 사회주택인 달팽이집을 직접 출범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사회주택 업계의 전반적인 확장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요. 투기 위주로 돌아가는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문제를 세입자나 자산 약자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거든요. 주거 문제를 공익적인 방향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법률 제도부터 시작해 아직도 변해야 할 점이 많아요. 저는 그 많은 과제 중 사회주택이라는 해결 방안에 집중하고 있는 거죠.

2017년부터는 주거 문제 활동과 더불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세워 노동 문제, 특히 방송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셨어요.

저희 형은 방송 현장의 부조리한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예요. 형의 죽음 8개월 만에 형이 근무했던 방송사로부터 사과와 방송 제작 환경의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약속 등을 받아냈죠. 이한빛 PD의 죽음을 기억하고 뜻을 잇기 위해 방송 종사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려는 활동을 시작했어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설립된 이후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스태프노조’가 출범하며 드라마 제작 현장 가이드라인 및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제작 시스템이 도입되었어요. 또,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재 사고의 비극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안 제정에 성공하는 등 형의 사건을 계기로 미디어 노동 인권은 물론 여러 분야의 노동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주거와 노동 문제를 비롯해 한솔 님께서 주력하고 계신 활동 분야의 큰 축은 청년 시민사회인데요. 관련해서 올해 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지난 1월, 공익활동가를 위한 커리어 플랫폼 ‘소셜부스’를 출범했어요. 10여 년간 활동하다 보니 각자 사정에 따라 공익 활동이나 비영리 단체를 떠나는 분들도 많이 봐왔고, 이 분야에서의 커리어에 대해 막막하게 생각하는 활동가들도 자주 만났어요. 사람인, 잡코리아 같은 커리어 플랫폼은 많지만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플랫폼은 없다는 것에 저 역시 불편함을 느꼈죠. 소셜부스는 공익 활동 단체와 활동가를 위한 연결의 장이에요. 컨설팅 서비스를 결합해 활동가들이 자신의 업무 역량이나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활동가에게 실제로 필요한 역량을 교육하는 커리큘럼도 기획하고 있고요. 비영리 단체는 자신의 단체를 홍보하며 채용 공고를 올리고 활동가들은 단체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아직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되어서 많은 데이터가 쌓이지는 않았지만, 내년엔 더 단단히 내실을 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청년 활동가가 자신이 직접 체감하고 목격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만든 플랫폼이네요.

저는 청년 활동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처음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된 분들이 시민으로서 스스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대학 내에서 활동 기회가 많았지만, 현재는 대학교 문화가 취업을 중심으로 많이 변했죠. 그러다 보니 청년 활동 단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청년 활동가들이 좀 더 지속 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 보려고 해요.

공동의 목표가 있고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주거, 노동, 청년 시민사회 활동의 기저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한다는 커다란 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보지 않기도 하고요.

다양한 사회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바쁘게 활동하는 모습이 놀라워요. 관여하고 있는 단체가 무려 17여 곳이라고요.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계신데, 그 중심에서 한솔 님만의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한 분야에 집중해서 심도 깊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역할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좀더 넓고 얕은 지식으로 여러 문제를 연결하거나 해결 지점을 확장하는 롤이 맞는 사람이 있죠. 저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제가 관련한 모든 단체에 훌륭한 동료 활동가들이 계시고 그분들과 분업하며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맡은 일이 너무 과중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공동의 목표가 있고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주거, 노동, 청년 시민사회 활동의 기저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한다는 커다란 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보지 않기도 하고요.

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수면 아래의 문제를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진하는 과정이 분명 순탄치는 않을 것 같아요. 좌절하는 순간도 많았을 거고요. 그럼에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 나가는 한솔 님의 원동력이 궁금해요.

시간과 경험에 갇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제 성격에 기인해요. 어떤 성과를 이뤘을 때 그다음 성과로 넘어갈 수 있는 기동성이 좋은 편이죠. 말씀하신 대로 평생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좌절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렇게 판단했던 가족사의 문제들이 시민사회를 통해서 해결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시민사회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필요성에 대해 신뢰하게 되었어요. 계속해서 이 영역이 두터워져야 한다는 책임 의식도 느끼고요. 운이 좋게도 좋은 동료들과 단체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누렸고, 성과가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되는 경험도 많이 마주했어요. 이런 과정과 결과를 재밌게 즐기다 보니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즐기는 한솔 님의 마음 가짐이 다음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해요.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브라이언 펠로우의 지원과 함께 향후 2년을 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렘이 커요.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소셜부스를 비롯한 청년 시민사회 지원 체계에 대한 내실을 다지고 저변을 넓히는 것이 목표예요.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지금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서 다양한 모델을 실험하고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현재 관여하고 있는 17여 개 단체들 각각의 목표를 달성하며 꾸준히 전진하다 보면 제가 꿈꾸는 세상, 즉 잘못한 사람이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세상, 피해를 입은 사람이 고생이 아닌 시민사회로부터 기본권을 보장받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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