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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

은둔이라는 우직한 경력

지금도 다양한 이유로 방 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문밖으로 나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직 문고리에 손을 대는 것조차 두려운 사람도 있겠지요. ‘안무서운회사’는 방 안에 머무는 은둔형외톨이들을 위해 자립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만들어 나갑니다. 은둔 경험은 안무서운회사를 통해 경력이 되고, 또 다른 은둔형외톨이에게 용기가 되기도 하지요. 유승규 펠로우는 말합니다. 그가 공동생활하면서 가장 큰 힘을 얻은 부분이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았다.’는 은둔 극복자들 이야기였다고요. 그래서 그는 은둔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히 여깁니다. 그것은 아무나 겪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자 스펙이 되어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나가겠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회사 이름이 인상 깊어요. ‘안무서운회사’, 소개해 주실래요?

안무서운회사는 은둔형외톨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일을 하는 곳이에요. 누구나 무섭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되니까, 무섭지 않은 사람과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무서운회사에서는 은둔형외톨이의 자립을 위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은둔형외톨이를 전문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은둔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여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요. 저 역시 5년 정도 은둔을 경험한 사람으로, 은둔 경험도 스펙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은둔형외톨이라는 말이 수면 밖으로 나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죠. 은둔하게 되는 이유도 이제야 연구되는 추세예요.

은둔하는 이유는 다양해요. 사람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은둔 이유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생의 전환기, 즉 대입이나 구직 시기에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은둔한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우리나라는 비교적 정해진 인생 주기가 확실한 편이에요. 스무 살엔 대학에 가고, 졸업하면 취직하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 어려워지고 위축되기 쉽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눈치도 보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실패를 겪으면서 은둔하게 되는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반드시 이 이유만은 아닐 거예요.

승규 님도 5년가량 은둔하고 지낸 기간이 있었지요. 어떤 시절을 보내셨나요?

제 은둔은 군대 가기 전과 다녀온 후로 나뉘어요. 총 5년을 은둔했죠. 어느 날 탑이 와르르 무너지듯 제 안의 뭔가가 무너졌고 그때부터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됐어요. 저는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어떤 단체에 있든 리더 역할을 해오던 사람이었어요. 책임감도 강했죠. 그런데 성인이 되고부터 상황이 달라졌어요. 친구들은 하나둘 진로를 찾아 취업에 성공하는데 저는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라는 명칭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개인 방송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어요. 제가 인터넷 방송으로 100여 명의 시청자와 대화해도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라는 비난을 듣기 일쑤였죠. 저는 개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는데, 주변 시선이 달갑지 않다 보니 어느 날 사람들의 말이 비수처럼 마음에 꽂혔고 잘못 살고 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은둔이 시작됐어요. 방 안은 금세 쓰레기장이 되었고 화장실 가다 부모님 마주치는 것도 괴로워서 방 안에서 소변을 해결했죠. 군대를 다녀오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막상 군대에 가서는 제가 이끌던 팀이 뮤지컬 대회에 나가 포상 휴가를 받을 만큼 잘했는데, 바뀔 줄 알았던 환경이 그대로인 걸 보고 은둔이 더 심해졌어요. 쓰레기로 가득한 방에서 봄을 맞이했고, 그다음 창문을 여니까 겨울이었어요.

은둔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씻기나 청소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루틴을 해나가기 힘들다고 들었어요.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했다고 들었는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저는 은둔할 때도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하던 편이었어요. 전화로 상담도 받았고, 2~3년 정도는 상담 센터에 가기 위해 외출도 했죠. 근데 좋아지질 않는 거예요. 마음만 먹으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니까 답답했어요. 저를 도와줄 곳을 찾다가 은둔형외톨이를 지원하는 단체를 알게 되어 직접 연락했고, 공동생활이 시작됐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매일 아침밥을 짓고 친구들을 깨우다 보니 긍정적인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대안 가족을 얻은 심정이었어요.

언젠가부터 매체에서 은둔형외톨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요. 극복 사례로 출연하는 분들이 대체로 안무서운회사의 ‘은둔고수’라고 이야기하시던데, 어떤 분들인가요?

은둔고수는 은둔 생활이 과거형이 된 사람들, 은둔 경험을 브랜딩해서 업으로 삼아보려는 주체적인 분들이에요. 안무서운회사에서는 은둔고수와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은둔고수는 교육을 통해 자신의 은둔 이유를 탐구하고, 또 다른 사례를 조사하면서 은둔에 관한 지식을 쌓게 돼요. 그 지식을 토대로 워크숍이나 은둔형외톨이의 부모 코칭, 방문 상담 등을 진행하고, 은둔 관련 콘텐츠를 만들거나 브랜딩을 하죠. 은둔 경험이 안무서운회사를 통해 스펙이 되면서 또 다른 은둔형외톨이의 자립을 돕는 거예요.

힘든 시기를 발판 삼아 목소리를 내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경험도 자산이 돼요. 누구나 10년, 20년씩 은둔하며 살아온 건 아니잖아요. 근데 은둔형외톨이들은 그걸 경험한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있어요?

쓰레기장 방에서 은둔하던 사람이 자립하여 경험을 되짚으며 정리정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콘텐츠화해요. 힘든 시기를 발판 삼아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은둔도 자산이 된다는 걸 경험하죠. 누구나 10년, 20년씩 은둔하며 살아온 건 아니잖아요. 근데 은둔형외톨이들은 그걸 경험한 거예요. 충분한 스펙이 될 수 있는 거죠. 은둔고수들과 영상 콘텐츠도 제작 중인데요, 요즘은 은둔형외톨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을 리뷰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은둔형외톨이의 부모나 주변인에게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데, 대중에게도 쉽게 전달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서 은둔과 고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요.

안무서운회사에서는 셰어하우스도 운영하고 있죠.

셰어하우스는 은둔형외톨이들의 자립을 위해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예요.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면 먼저 기본적인 루틴을 만들게 되죠. 저희는 조금 느슨한 패턴이라 10시에 하루가 시작되는데 입주 시기별로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첫 단계에서는 정리정돈, 세탁기 작동법, 주민센터에서 서류 떼는 일 등 기본적인 일들을 경험하게 돼요. 그다음 단계에서는 관계에 집중하여 은둔고수들과 일대일, 혹은 다대다로 관계망을 만들어요. 은둔 경험이 없는 또래나 외국인으로 범위를 확장해서 관계를 맺도록 돕기도 하고요. 그 뒤엔 표현력 회복 활동을 진행하는데, 작년엔 연극을, 올해는 스탠드 업 코미디를 함께했어요. 은둔 경험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나아가 자기 브랜딩까지 해보는 거예요. 마지막엔 연계된 단체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하게 돼요. 그 이후 셰어하우스를 퇴소하거나 시기를 연장하면서 자립을 돕고 있어요.

셰어하우스도 은둔고수들과 함께하나요?

네, 모든 프로그램을 은둔고수와 함께 이끌어 가요. 처음엔 관련 분야에 실력 있는 사람들과 연계해 보려고 했는데, 제가 공동생활하면서 가장 큰 힘을 얻은 부분이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았다.’는 은둔 극복자들 이야기였거든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은둔을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힘이 될 거라 생각해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생길 것 같아요. 셰어하우스 운영만 해도 금전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비영리를 포기했어요. 비영리로 한다면 저희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이어가는 데는 용이했겠지만, 대중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면 영리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둔을 겪은 사람이 만든 물건이나 콘텐츠를 대중이 소비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게 진짜 인식이 개선된 사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힘들죠,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영리 단체가 되면 기부금 영수증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기부도 기대할 수 없거든요. 지금 안무서운회사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이 단계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겠지요. 다행히 이번 펠로우십 사업에 선정돼서 든든한 소속사가 생긴 기분이에요. 한번 해보라는 용기를 얻은 기분이죠.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 주는 분들이 있고, 우리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으니 힘내서 이어 나가보려고요.

안무서운회사 대표이기에 앞서, 은둔 생활에서 자립한 선배로서도 감회가 새로운 일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들어보고 싶어요.

<유퀴즈>에도 출연한 김새별 대표님과 협업한 게 생각나요. 고독사하신 분의 집이나 유품 정리 등을 맡아 특수 청소하시는 분인데요. 함께 은둔하시는 분의 방에 가게 된 적이 있어요. 쓰레기장이 된 방이었죠. 저도 그렇게 지내던 시절이 있으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상황을 보니 깨끗하게 치워도 원상 복귀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복잡한 감정으로 방을 정리하는데 수많은 지원 단체 리플렛이 보였어요. 그 사이엔 저희 회사 티셔츠도 있더라고요. 우리가 여전히 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많아졌어요. 안무서운회사가 계속 성장해야 할 이유가 됐죠.

지구는 넓어서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러니까 도움을 요청하는 기능을 회복하면 좋겠어요. ‘도와주세요.’라는 말에는 힘이 있어서 누구든 외면하기가 힘들거든요.

은둔형외톨이가 특수한 사람은 아닐 거예요. 우리 주변에 은둔형외톨이는 얼마든지 있을 거고, 어느 날 당사자가 될 수도 있겠죠. 방 안에서 이 대화를 읽고 있을지도 모를 그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신다면요?

지구는 넓어서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러니까 도움을 요청하는 기능을 회복하면 좋겠어요. “도와주세요.”라는 말에는 힘이 있어서 누구든 외면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렇지만 그 말을 하는 게 힘들다는 건 잘 알아요. 그러니까, 그날이 올 때까지 꼭 한 가지만 실천해 주세요. 오늘 밤 자기 전에 양치만 하고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치아만 닦아도 많은 게 나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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