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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진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더불어 듣고 말하는 세상

‘에이유디(AUD)’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박원진 펠로우는 어린 시절, 받아쓰기에서 만점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농난청인에게 입 모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소통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박원진 펠로우는 농난청인이 불편함 없이 대화하고 생활할 수 있는 평범한 세상을 꿈꾸며 다양한 영역에서 문자 통역 서비스(CART Service)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계 없는 대화와 자연스러운 소통을 위해,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은 오늘도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계시지요. 직접 소개를 들어보고 싶어요.

반갑습니다. 저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자 박원진이에요. 에이유디에서는 농난청인을 위한 문자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요.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청각 장애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청각 장애인을 농인과 난청인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농인이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난청인은 음성 언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말해요. 입술 읽기, 즉 입 모양을 보면서 음성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으로 제가 난청인 당사자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농인을 위한 수어 통역 서비스가 시도 지자체에서 센터를 통해 제공되고 있지만, 난청인 대부분은 수어를 모르기 때문에 문자 통역이 필요해요. 농인 역시 상대가 수어를 모를 때는 문자 통역을 사용해야 하고요. 이전에는 속기 사무소를 통해 속기사의 도움을 받곤 했는데 비용도 비싸고 체계적인 지원이 아니다 보니까 조금 더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문자 통역으로 농난청인을 도울 수 있도록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죠.

문자 통역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분들이 활동하고 있나요?

에이유디에서 활동하는 문자 통역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청각 장애인에게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에 기반해 활동하는 사람들이에요. 우리나라에는 미국처럼 문자 통역사 자격 제도가 따로 운영되지 않아, 에이유디에서는 한글 속기 국가기술자격증을 소지한 속기사들이 문자 통역사로 활동하게 되는데요. 에이유디에 지원한 속기사는 농난청인 교육과 소통 방식에 관한 교육을 받게 돼요. 그 이후 조합원으로 선발되면 문자 통역사로 파견되는 시스템이죠. 문자통역사는 빠르게 타이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타이핑하는 게 중요해요.

얼마 전에 공연장에서 에이유디가 지원하는 문자 통역 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어요. 지원 영역도 점차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크게 기관 문자 통역과 개인 문자 통역으로 나뉘는데, 특성과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지원이 제공돼요. 먼저, 기관 문자 통역은 국가기관, 공공 기관, 민간 기관 등 지원 범위가 다양해요. 농난청인 학생들을 위한 문자 통역은 학교로 문자 통역사가 파견되거나 원격으로 진행되고, 농난청인 근로자를 위한 문자 통역은 직장으로 문자 통역사를 파견 보내서 통화하거나 회의할 때 위주로 지원돼요. 반면,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자 통역은 이용자에 따라 내용이 달라져요. 병원 방문이나 상담에 이용하기도 하고, 면접이나 미팅 등 업무에 활용되기도 하죠. 이 외에도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각 장애인은 서울 문자 통역으로 1년 중 25시간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어요. 에이유디의 활동과 제안으로 가능해진 지원인데, 사실 25시간은 하루밖에 안 되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해요. 문자 통역이 지원되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지만 앞으로 지원 범위를 계속 늘려나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요.

서울 문자 통역이 시행되기까지 여러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서울시에 문자 통역이 무상으로 제공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제안부터 시행까지, 혹은 반려까지 여러 기관과 사람을 거치면서 단계가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면서 농난청인 당사자의 네트워크와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실제로 문자 통역이 필요한 사람이 안건을 제안하고 목소리를 내야 중요도와 심각성을 알릴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에이유디와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이 커요. 문자 통역 서비스 초기 단계에는 종종 오류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그 당시 문자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시던 농난청인 분이 “이렇게 할 거면 필요 없다!”면서 역정을 내신 적도 있는데, 저희가 계속 노력하고 발전하는 보여드렸더니 지금은 그분이 에이유디 조합원으로 함께 활동해 주시기도 해요. 정책적인 경험도 그렇지만, 이런 사적인 이야기도 저희에게 큰 힘이 돼요.

사람은 독립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함께하는 세상인 만큼, 타인의 어려움을 남 일처럼 여기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농난청인 네트워크와 더불어 비당사자의 협조도 중요할 것 같아요.

사람은 독립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함께하는 세상인 만큼, 타인의 어려움을 남 일처럼 여기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우선되어야 해요.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지요. 농난청인과 대화할 때도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먼저 물어봐 주시면 훨씬 수월한 소통이 가능할 거예요. 청각 장애 정도에 따라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군가는 수어가 필요할 것이고, 누군가는 입 모양이 보이는 게 중요하거든요.

에이유디라는 이름은 Auditory Universal Design의 약자로 알고 있어요. “청각의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인데요. 농난청인을 위한 사업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엔 유니버셜 디자인처럼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는 느낌이 들어요.

에이유디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가 행복한 소통을 하면서 지내는 거예요. 코로나19 때 특히 많은 농난청인이 어려움을 겪었어요. 마스크를 쓰니까 입술 읽기가 불가능했거든요. 주문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아서 카페에서 커피 한잔 사 먹는 것조차 포기하게 됐죠. 사소한 소통부터 업무와 학업 등 다양한 영역까지 농난청인들이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요. 지금은 인공와우나 보청기 등 소통을 위한 노력이 아직 개인 영역에 머물러 있는데요, 모두가 경계 없이 소통하려면 차차 사회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자 통역만 기본적으로 지원돼도 농난청인들이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질 거예요.

농난청인이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에이유디는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을 이어 나갈 계획인가요?

더 많은 ‘선택’에 집중하고 싶어요. 넷플릭스 자막을 이용자 편의에 따라 켜고 끌 수 있는 것처럼, 전화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처럼 선택의 범위를 더 많이 늘리고 싶어요. 정착하기까지 비용은 들겠지만 비용을 넘어서는 효용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편의를 위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 다양한 선택으로 더불어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고 있어요. 그런 날을 위해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은 계속 활동해 나갈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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