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1시. 월요일 출근을 몇 시간 앞둔 늦은 밤이지만 황성빈씨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맞벌이하며 여섯살 딸을 키우는 황씨 부부가 1년 넘게 본업 외에 몰두한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가 있다. 학부모들이 동네 학원의 셔틀버스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지도 서비스 ‘아이셔틀’이다. 이날 황씨는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마쳤다.
처음에는 가까운 학부모들에게만 공유할 요량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카페에 데이터를 공유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우리동네 학원도 추가해 주세요” “이거 너무 편하네요!” 호응이 이어졌다. 간단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아이셔틀은 1년 만에 5000명 넘는 회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본업은 유지한 채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개인이 원하는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글로벌 IT 업계에서도 사이드 프로젝트와 해커톤 문화는 혁신의 원천이었다. 구글은 업무 시간의 20%를 개인 프로젝트에 할애하도록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 버튼’도 사내 해커톤에서 탄생했다. 국내에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했지만 대부분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혁신의 씨앗’을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지속가능한 서비스나 제품으로 확장하는 실험이 국내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설립한 공익재단 브라이언임팩트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발굴해 지원하는 ‘사이드임팩트(Side Impact)’ 사업을 2023년부터 진행 중이다. 사회에 유의미한 기술 기반 서비스가 자생할 수 있도록 운영비를 지원하고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있다.
[2025년 2월 20일] 문일요 기자
출처: 중앙일보 더버터 (thebutter.org/)
🔸 해커톤 수상작은 왜 사라질까… 개발자가 제안한 지속가능성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