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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농인 청년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대화의 기술은?

정정윤 펠로우는 농인 청년들이 가진 끼와 재능을 '수어'로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는 농인 문화 예술 기획사 '핸드스피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인 중심의 사회 구조는 농청년들의 가벼운 일상부터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까지 불편함이 있음을 함께 경험하며, 핸드스피크를 통해 농청년 아티스트가 무대를 설 수 있는 기회와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장애는 '차별'이 아닌 '차이'라는 세상의 편견을 넘어, 농청년들이 사회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사회 그리고 '말'이 없어도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대화하는 날이 오도록 온몸으로 노력하는 정정윤 펠로우의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농인 청년들은 열정과 재능이 넘쳐도
활동할 수 있는 기회나 사회적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농인 아티스트와 리더가 많이 세워지길 바라는 세상을 꿈꾸는 핸드스피크 대표 정정윤입니다

Q. 농인 문화 예술 기획사가 다소 생소한데요, 핸드스피크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11년 전 공연기획사에 재직하던 시절, 농인 청년 세 분이 춤을 너무 추고 싶은데 설 무대가 없다며 저희 회사로 찾아왔어요. 그 인연의 시작으로 이 동생들을 매니저로서, 언니로서 함께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함께 한 시간 동안 알게 된 건 농인들은 열정과 재능이 있더라도 사회적 제도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모아 농인 문화예술기획사 핸드스피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농인문화예술기획사 '핸드스피크'의 아티스트들 ⓒ핸드스피크

자주 가던 식당에서
장애인 복지카드로는
출입이 안된다고
출입을 거부당한 적도 있어요.

Q. 우리 사회에서 농인 청년들이 겪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 같아요. 어떤 게 있을까요?

모든 교육 시스템이 청인 중심으로 되어 있다 보니, 농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기초 교육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춤을 추더라도 동작과 함께 수어로 가르쳐줘야 출 수 있는데 음성 언어로 설명하면 농인 아티스트는 이해할 수가 없는 거예요. 조금 느리더라도, 작은 배려가 모이면 농인 아티스트와 더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데 사회적 인식이나 편견으로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요. 

 

저희가 아무래도 예술계 쪽 활동을 하다 보니 작품을 하나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돼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협업하는 과정이잖아요. 청인들은 음성으로 모든 걸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저희 농인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예술 현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전문 용어들, 그리고 수어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청인 전문가들에 비해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죠.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면,
시스템의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죠.

지난 2019년에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농예술 페스티벌에 처음으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참가 신청 기간이 끝나 이메일도 보내고, 영상 통화도 하면서 겨우 가게 됐었죠. 그때 깨달았던 게, 해외에서는 사회 시스템과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농인 청년들의 꿈과 의지가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고, 저희 농인 아티스트들은 삶의 한계를 부딪혀가며 사람들을 계속 설득하고 있어요.

2019년 프랑스에서 농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찍은 사진 ⓒ정정윤

해외에서는 농인 아티스트들에게 숙소, 식비, 생활비 등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걸 보고 굉장히 부러웠어요. 처음에는 실력이 부족한 건가 싶었는데, 주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관계자 및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실력은 저희 아티스트들이 더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전 세계 농예술 페스티벌에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세계 농예술 페스티벌의 주빈국이 올해에는 대한민국이라고 들었어요.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장애 예술 관련 축제라고 하면 규모가 큰 행사는 정말 많지 않고 작은 공간에서 짧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3~4일 동안 영화,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장르별로 아티스트들이 페스티벌을 꾸미거든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희가 직접 참가해서 인터뷰도 하고 어떤 팀인지 알리면서 ‘우리도 초청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2021년 프랑스 세계 농예술 축제에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울컥했어요. 

2021년 프랑스 세계 농예술 축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빈국 선정 소식 ©Festival Clin d'Oeil 2021

느려도 괜찮아.  
남들처럼 멋지고 빠르게 가지 말고, 
그렇게 조금씩 함께 성장하자.

Q. 활동가로서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 성장, 그리고 팀워크.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핸드스피크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죠. 농인 아티스트라서 소중한 게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는 성장 속도가 다른 곳들과 달라요. 비즈니스 잣대로 보면 저희는 굉장히 느린 걸음을 걷고 있지만, 안에 들어와서 보면 농인 아티스트들이 정말 하루하루 성장을 하고 있어요.팀워크는 저희가 가장 자랑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혼자서 할 수 없는 모든 일을 함께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농인문화예술기획사 '핸드스피크' 단체사진 ⓒ핸드스피크

Q. 마지막으로 소속 아티스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도 저희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삶을 던져서 예술가를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근데 옆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이들이 얼마나 피나게 노력하고 사회와 맞서 싸우고 있는지 얼마나 감동스러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다들 모르실 거예요. 누군가는 부정적인 시선과 잣대로 우리를 바라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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